GJCU 칼럼
    사회복지학과
    김수정 교수의 칼럼
    #7. 지워진 청춘, 보이지 않는 눈물: 우리 곁의 '가족돌봄청년'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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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20대의 청년들은 대개 푸른 미래를 꿈꾸며 학업과 취업 준비에 몰두하곤 한다. 하지만 우리가 삶의 터전에서, 혹은 배움의 현장에서 만나는 젊은이들 중에는 마음이 온통 집에 두고 온 아픈 가족에게 향해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장애, 질병, 정신질환, 고령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홀로 간병하며 생계까지 책임지고 있는 ‘가족돌봄 아동·청소년 및 청년(영 케어러·Young Carers)’의 이야기이다.

     우리가 특히 경각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이 무거운 돌봄의 짐이 청년기뿐만 아니라, 아직 신체적·정서적으로 성장해야 할 아동·청소년(18세 미만) 시기부터 이미 시작된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마주한 현실은 우리 사회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혹하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공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가족돌봄 청소년과 청년(13세~34세)의 주당 평균 돌봄 시간은 무려 21.6시간에 달하며, 가족 중 돌봄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주돌봄자’의 경우에는 주당 평균 32.8시간을 오롯이 간병에 쏟아붓고 있다.
    평균 돌봄 기간 역시 46.1개월(약 3년 10개월)로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한창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며 자신의 미래를 설계해야 할 시기에 간병인, 보호자, 가장이라는 다중의 역할을 홀로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가족돌봄청년이 느끼는 우울감 유병률은 61.5%로, 일반 청년(8.5%)에 비해 무려 7배 이상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나만 사회에서 뒤처지고 고립되어 간다”는 극심한 불안감이 이들의 청춘을 통째로 잠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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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우리가 지역사회 안에서 반드시 주목해야 할 복지의 사각지대는 조손가족 출신의 청소년·청년들이다. 어린 시절 부모의 부재로 인해 조부모의 품에서 ‘가정위탁’ 체계의 보호를 받으며 자란 아이들은, 조부모가 노환이나 질병으로 쓰러지는 순간 아무런 준비도 없이 곧바로 ‘돌봄을 제공하는 자’로 위치가 급변한다. 통계적으로도 돌봄 대상 가구원 중 할머니(39.1%)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이를 명확히 뒷받침한다.
    돌봄을 받으며 간신히 자라난 아이가 성인이 되자마자 다시 조부모를 돌봐야 하는 이 비극적인 ‘돌봄의 대물림’ 구조 속에서 청년들은 자신의 삶을 시작해보기도 전에 빈곤과 간병의 이중고라는 덫에 갇히게 된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이들이 겪는 고통을 ‘효도’ 혹은 ‘가족의 미덕’이라는 따뜻한 단어 뒤에 숨겨둔 채 사적인 영역의 문제로 방치해 왔다. 국가와 사회가 져야 할 복지의 책임을 아동·청소년과 청년 개인의 희생으로 대신해 온 셈이다.
    다행히 최근 이러한 흐름을 바꾸기 위한 중대한 제도적 전환점이 마련되었다. 국가 차원의 ‘가족돌봄 등 위기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과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서울시 가족돌봄청년 지원 조례’ 등이 제정 및 시행된 것이다. 이 법률과 조례는 그동안 복지 제도의 경계선 밖에 가려져 있던 아동·청소년기부터 청년 돌봄자들을 공적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고, 이들에게 예산과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강력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회적 선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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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우리는 이러한 제도적 기반을 바탕으로 돌봄을 아동·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의무가 아닌 ‘선택의 영역’으로 돌려주어야 한다. 만약 가족을 직접 돌보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그 역할을 지속하겠다고 선택한다면, 국가와 지역사회는 주거·의료·취업 연계는 물론 맞춤형 ‘자기돌봄비’ 등을 촘촘하게 지원하여 그들의 선택과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전폭적으로 지지해야 한다.
    반대로 아동·청소년과 청년이 자신의 학업, 취업 또는 온전한 개인의 삶을 위해 더 이상 돌보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겠다고 선택한다면, 이들을 대신해 아픈 가족을 안전하고 전문적으로 돌봐줄 수 있는 공적 대리 돌봄 시스템과 쉼터가 즉각 가동되어야 한다. 돌봄의 공백을 메우는 것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가족을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의 미래와 꿈을 송두리째 양보해야 하는 아동·청소년과 청년이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 된다. 아픈 가족을 정성껏 돌볼 수 있는 환경을 보장받는 ‘돌볼 권리’만큼이나, 돌봄의 무게 때문에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지 않을 ‘돌보지 않을 권리’ 역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권리이다.
    이 두 가지 권리가 모두 굳건히 보장될 때, 비로소 아동·청소년과 청년들은 효도라는 무거운 사회적 부채감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만의 삶을 그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지역사회의 동료 시민으로서 우리는 이제 우리 주변을 더 면밀히 둘러보아야 한다. 내 이웃에, 혹은 우리 지역사회 구석에 소리 없이 복지 사각지대에 갇혀 있는 가족돌봄 아동·청소년과 청년이 없는지 관심을 가지고 발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이들을 위한 공적 지원과 예산 확충 등 관련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찬성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아동·청소년과 청년들이 돌봄의 굴레에서 벗어나 우리와 함께 온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제는 우리가 그 무거운 짐을 함께 나누어 들어야 할 때이다.

    김수정
    국제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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