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복지학과 박미현 교수의
- 마음으로 쓰는 강의 노트
- #8. 피할 수 없는 변화, 함께 만들어갈 미래
- : 고령친화도시가 제시하는 ‘Aging in Place’
우리나라는 2024년 12월,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불과 7년 만에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넘어간 전례 없는 속도이며, 이는 단순한 인구 구조 변화가 아니라 지역사회 시스템과 도시 정책 전반의 근본적 재구성을 요구하는 중대한 전환점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목받는 개념이 바로 ‘Aging in Place(AIP)’이다. AIP는 ‘지역사회에서의 노화’ 또는 ‘내 집에서 나이 들기’ 등으로 번역되며, 고령자가 자신이 익숙한 지역사회에서 가능한 한 오랫동안 자율성과 독립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노년기 삶의 질을 높이고 불필요한 시설 입소를 줄이며,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전략으로 평가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러한 AIP 실현을 위한 정책 틀로 ‘고령친화도시(Age-Friendly City)’ 개념을 2006년부터 전 세계에 확산시키고 있다.
WHO가 제시하는 고령친화도시는 전 세대가 건강 증진, 사회 참여,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포용적이고 접근 가능한 도시 환경을 뜻한다. 이는 고령자만을 위한 도시가 아니라, 고령자에게 편리한 환경은 결국 모든 연령에게 더 나은 환경이 된다는 원리에 기반한다.
WHO는 이를 위해 ① 안전하고 편리한 외부환경과 시설, ② 접근성 높은 대중교통, ③ 고령친화적 주거환경, ④ 다양한 여가·사회 활동 지원, ⑤ 일자리와 사회참여 기회 확대, ⑥ 존중과 세대통합의 문화 정착, ⑦ 정보 접근성 강화, ⑧ 지역사회 돌봄·의료 서비스 확대 등 8대 영역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수원 등 69개의 지자체가 WHO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에 가입하며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민 체감도는 여전히 낮고, 부처 간 협업과 실행력 강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특히 고령자의 욕구 변화에 대응하는 맞춤형 주거, 지역 밀착형 건강·돌봄 서비스, 접근 가능한 여가·문화 인프라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고령친화도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의료·돌봄 중심 접근을 넘어, 고령자의 기능적 건강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역할을 유지하는 ‘사회적 통합(social inclusion)’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보행 친화적 도시 환경 조성, 세대공존형 공동체 주택 공급, 지역 기반 돌봄 체계 확충 등 물리적·사회적 환경 전반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나아가 고령자가 정책 형성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시민참여 구조를 마련해, 당사자의 목소리가 실제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AIP는 결국 고령자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지역사회 통합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다. 복지·의료·주거·돌봄·문화 등 다양한 영역이 협업할 수 있는 지역복지 생태계를 구축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행정조직의 통합적 운영과 지속가능한 재정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 고령친화도시는 노인뿐 아니라 아동, 청년, 장애인 등 다양한 계층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누구에게나 열린 도시’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결국 AIP를 기반으로 한 고령친화도시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 확충을 넘어, 지역사회 관계망과 삶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사회적 구조 전체를 재편하는 과정이다. 초고령사회는 이미 현실이 되었고, 앞으로 그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불가피한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기회로 삼아 도시를 새롭게 재설계하려는 공동의 의지다. 고령자가 익숙한 지역사회에서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도시, 세대가 함께 안전하게 살아가는 도시가 바로 우리가 준비해야 할 미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