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칼럼
    엔터테인먼트학과 송시형 교수의
    문화칼럼
    #10. K-컬처의 새로운 지평:〈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제시한 혁신과 현재성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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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나무위키

     올여름 글로벌 콘텐츠 시장은 K-콘텐츠의 다른 두 가지 성공 전략을 지켜보았다. 하나가 〈오징어게임〉 시즌 3을 통한 ‘지속형 IP’의 저력 확인이었다면, 다른 하나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를 통한 ‘혁신형 신규 IP’의 성공적인 실험이었다. K-팝과 퇴마라는 이질적 장르를 결합한 이 애니메이션은 6월 2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후 6주 만에 누적 2억 2,080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사상 가장 많이 본 장편 애니메이션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이는 2021년 〈오징어게임〉 시즌 1의 성과와도 비견될 정도의 놀라운 결과다.

     <케데헌>의 성공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K-팝을 매개로 한 음악의 폭발력이다. 작품 속 가상 걸그룹 ‘헌트릭스(HUNTR/X)’의 주제가 〈Golden〉은 빌보드 Hot 100 차트 2위까지 상승했으며, OST 8곡이 3주 연속 Hot 100에 동시 진입하는 전례 없는 사례를 만들었다. ‘사자 보이즈’의 곡을 포함해 4곡이 TOP 40에 진입한 것 역시 팬덤뿐만 아니라 틱톡 챌린지 등을 통한 라이트 이용자의 스트리밍이 동시에 작동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는 가상 아이돌이 현실 차트를 점령한 최초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이러한 성과는 우연이 아닌,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의 철저한 ‘진정성’ 확보 전략에 기인한다. 제작진은 K-팝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의 고증에만 수년을 투입했으며, K-팝의 음악적 스타일과 안무, 소품 하나하나가 한국인의 관점에서 “틀렸다”라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한 집착에 가까운 노력을 기울였다.
    듀스의 〈나를 돌아봐〉, 서태지의 곡 등 한국 대중음악사의 핵심을 배치하고, 무당의 부채와 칼, 저승사자, 민화 속 호랑이와 까치 등 한국 전통 모티프를 정교하게 재해석해 활용한 점 역시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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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넷플릭스

     더불어 <케데헌>의 성공은 K-컬처를 다루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 즉 ‘현재성’의 승리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기존 할리우드가 아시아 문화를 다루던 방식처럼 ‘과거의 전통’이나 ‘문화유산’에 집착하지 않는다. 대신 남산타워, 대중목욕탕, 한의원 등 현재 한국인의 일상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생생하게 담아냈으며, 팬 사인회와 야광봉, 한글 손팻말, ‘칼군무’ 등 K-팝 팬덤 문화의 디테일을 세밀하게 재현했다.
    이는 K-컬처가 더 이상 ‘과거의 유물’이 아닌 ‘현재진행형 글로벌 트렌드’로 인식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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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데헌>이 산업적으로 지니는 가장 큰 의의는 K-팝을 즐기는 새로운 ‘크로스오버 팬덤’의 경로를 개척했다는 점이다. 기존의 아이돌 중심 팬덤 문화라는 단선적 구조에서 벗어나, 영화라는 미디어를 통해 K-팝 문화에 입문하는 다층적 생태계가 구축된 것이다. 시청자들은 캐릭터의 팬이 되어 음악을 소비하고, 나아가 실제 K-팝으로 관심이 확장되는 새로운 팬덤 생태계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결국 <케데헌>의 성공은 K-컬처가 모방의 단계를 지나 ‘창조의 주체’로, ‘이국적 특이함’을 넘어 ‘글로벌 스탠다드’의 하나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이는 드라마(1.0), K-팝(2.0)을 넘어 IP 융합과 플랫폼 협업으로 부가 가치를 극대화하는 ‘K-컬처 3.0’ 시대의 청사진이라 할 수 있다. 25년 전 미국 시장에서 ‘마이클 잭슨의 흉내’로 평가받던 K-팝이 이제는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가 수년간 고증 작업을 해야 하는 ‘콘텐츠 설계의 원천’으로 위상이 변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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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넷플릭스

     물론 이러한 성과가 한국 창작진이 아닌 ‘외부자의 관점’에서 K-컬처를 정교하게 분석한 미국 스튜디오에 의해 주도되었다는 점은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케데헌>이 열어젖힌 이 새로운 가능성을 이제는 한국 창작진이 주도적으로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한국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될 보편적 재미를 창조하는 것, 그 핵심에 있는 ‘스토리텔링 능력’의 배양이 K-콘텐츠의 다음 승부를 결정지을 것이다.

    송시형
    국제사이버대학교 K-엔터테인먼트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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