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복지학과 박미현 교수의
- 마음으로 쓰는 강의 노트
- #5. 고독사 예방은 사회적 고립 예방으로부터

모든 사람은 인간으로서 행복하게 살아갈 웰빙(well-being)의 권리가 있고, 죽음을 맞이할 때도 평안하고 품위있게 가족과 지인들의 관심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웰다잉(well-dying)의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이와는 상반되게 최근 우리 주변에는 사회에서 고립된 채 혼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고 상당기간 방치된 후에야 발견되는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고독사 사망자 수는 2017년 2,412명에서 2021년 3,378명으로 고독사 증가율이 최근 5년간 연평균 8.8% 증가하면서 고독사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었다. 또한 2023년에 실시된 ‘고독사에 대한 대국민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자신이 고독사할 확률이 평균 32.3%나 되고, 고독사는 취약계층 등 일부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든 겪을 수 있는 일상 문제이자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독사는 가족구조의 변화, 1인 가구의 증가, 지역공동체의 해체 등이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고독사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것은 바로 사회와의 관계단절이라고 할 수 있다. 생전 사회적 고립이 장기화되어 사망까지 이어질 경우, 누구의 지원도 없이 사망 후 발견되는 고독사로 직결되는 것이다. 이처럼 고독사 문제는 사회적 고립의 극단적인 결과물이므로 고독사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고립 문제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사회적 고립이란 사회적 관계 특히, 삶의 유지에 중요한 자원을 제공하는 의미 있는 타인과의 관계가 단절되거나 사회적 지지가 결여된 정도를 의미한다. 이는 사회 내 타인과의 다양한 관계 속에서 점진적으로 상호작용이 적어지고 종국에는 그러한 관계망이 부재하게 되어 고독감, 외로움 등의 부정적인 심리상태를 경험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적 고립을 보여주는 지표로 사회적 고립도가 있다. 사회적 고립도는 신체적, 정신적 위기 상황에서 하나라도 도움받을 곳이 없는 사람의 비율로 조사된다. 사회적 고립도는 '집안일을 부탁하거나', '이야기 상대가 필요한 경우' 둘 중 하나라도 도움을 받을 곳이 없는 사람의 비율로 측정되는데, 2019년 27.7%에서 2021년 34.1%로 증가하여 우리 사회의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국 고독사가 증가할 것임을 예상케 한다.
고독사가 노인만이 아닌 중장년층, 청년층을 포함하여 모든 연령층에서 발생하고 있고, 국가와 사회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됨에 따라 정부는 지난 2023년에 제1차 고독사예방기본계획(‘23-‘27)을 수립하였고, 현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다양한 고독사예방을 위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고독사예방기본계획은 우리나라 고독사예방정책에 관한 범정부 차원의 국가계획이자, 정책지침서이며 5년간의 정책추진에 관한 기본설계도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제1차 기본계획은 ‘사회적 고립 걱정 없는 촘촘한 연결사회’를 비전으로 설정하며, 이를 구현하고자 지역주도형 고독사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근거 기반의 고독사 예방 정책을 추진하여 고독사 발생을 감소시킨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비전으로 설정한 ‘사회적 고립 걱정없는 촘촘한 연결사회’에서는 ‘사회적 고립’에 초점을 두고 사회적 관계망을 중시한 점이 주목된다. 이는 기본계획이 고독사한 죽음 이후에 초점을 두는 데서 벗어나 생전의 사회적으로 고립된 삶에 초점을 두고 사회적 연결을 위한 지향점을 나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독사는 사회적 고립의 극단적인 결과라는 점과, 결과적으로 나타난 현상일 뿐 그 현상의 이면에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삶, 그 일상의 문제가 내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기본계획의 비전은 보다 근본적인 ‘사회적 고립’에 주목하게 하므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또한 추진전략 중 하나인 ‘사회적 고립 해소를 위한 연결 강화’를 위해 지역주민 간 연결을 촉진하는 지역공동체 공간을 운영하고 사회관계망 형성을 지원하며, 대화형 인공지능(AI)이 고독사 위험군에게 주기적으로 안부전화를 하고 실시간 원격검침 및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안부 확인과 공공임대주택 내 스마트홈 플랫폼 구축을 제시한 점도 주목된다.
고독사는 인간의 존엄이 훼손되는 사망 형태로서, 존엄한 죽음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요구된다. 앞으로 제1차 고독사예방기본계획이 실효성 있게 추진되고 청년층, 중장년층, 노년층별 특성에 따른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는 다양한 사업들이 확대되어 우리 사회의 고독사 문제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