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칼럼
    상담심리학과 김현미 교수의
    상담 Story
    #32. 좌절된 의존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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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초반의 청년 K는 군입대를 앞두고 통제할 수 없는 불안으로 힘들어 하던 중 상담을 받기로 하였다. 군대에 가서 훈련을 받다가 너무 힘들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봐 두렵고, 군대라는 폐쇄적인 집단에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위협하면 대처하지 못할 것 같은 걱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꽤 오랜 기간 상담을 진행한 결과, 군복무와 관련한 두려움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상담에 오게 된 문제가 해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K는 상담을 계속하기를 원했고, 그 과정에서 새롭게 부각된 문제는 낮은 자존감과 대인관계의 어려움(외로움, 자기표현의 어려움, 피상적 관계 등)이었다. K가 호소하는 문제의 이면에는 ‘의존욕구’가 자리잡고 있음을 면담 과정에서 알게 되었다.

     의존욕구는 부모나 배우자(연인), 친구 등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 나를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대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이며 최초의 욕구이다. 화가 나고 두려울 때 부모에게서 위로받고 싶고, 기대고 싶을 때 자신을 허락해 주었으면 좋겠고, 어떤 상황에서도 사랑한다고 표현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출생과 동시에 인간은 생존을 위해 타인에게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어린 아이에게 부모는 매우 중요한 존재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부모라도 자녀의 의존욕구를 완벽하게 채워 줄 수는 없기때문에 자녀는 욕구 좌절을 경험할 수 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욕구의 좌절이 적절해야 한다는 점이다. 너무 과하게 좌절을 경험하거나 과도하게 충족이 되면, 건강한 인격을 형성하기 어렵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의존 욕구가 좌절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많이 보고 인정받으려는 모습을 보인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거부할까봐 두려워하고, 거부당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다른 사람에게 과도하게 잘 해주고, 성인이 되어서도 스스로 결정을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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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의 아버지는 K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알코올 중독 상태로 아내와 갈등이 있었고, 어머니는 어린 시절 폭력적인 아버지와 냉담한 어머니 슬하에서 성장하여 분노나 불안이 내재되어 있었다. 어린 시절, 불안정한 부모로부터 안정적인 애착이나 의존적 인정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K는 (경제적으로는 어렵지 않았으나) 정서적으로 자신을 따뜻하게 보호해주고, 자신의 편이 되어주지 못한 부모에 대한 원망이 해결되지 않은 채, 불안한 마음으로 인해 분노를 억압하고 착한 아이로 살아왔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부모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눈물을 터뜨리거나 부모에 대해 화가 나는 자신의 모습에 당황스러워 했다. 지금까지 ‘부모는 좋은 사람들이고, 내가 원하는 것을 대부분 들어주는 부모’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자신의 반응에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K는 상담자가 자신 뿐만 아니라 부모도 상담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표현하였다. 부모가 상담을 받기를 원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탐색하니, 부모가 변화되어서 자신의 어려움을 이해해주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주었으면 한다고 했다. 스무살이 넘었지만 부모가 바뀌어서 내 인생이 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 이것이 의존심이다. K는 어린아이의 마음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의 해결되지 않은 감정의 문제가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 의존 욕구가 해결되지 않고 결핍된 채 남아 있으면, 평생을 살아가면서 중요한 대상과의 관계에서 끊임없이 이 욕구를 채우려고 든다. 상대방이 나를 이해해주고 보호해주기를 바랄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나를 위로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부모로부터 받았어야 하는 것을 친구나 연인, 배우자, 심지어 자녀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때 상대방에 대한 미움과 원망의 마음이 생긴다. 상대가 미워지는 마음 안에는 좌절된 욕구가 있고, 그 욕구를 상대가 채워 주기를 바라는 의존심이 있다. 의존심이 클수록 ‘내가 너에게 잘 하면, 너도 나에게 잘 하겠지’ 라는 마음이나 ‘내가 원하는 대로 네가 행동해야 한다’ 고 기대하기도 한다. 나 스스로가 내 욕구를 알아차리거나 채움으로써 자신을 돌보는 적극적인 행위는 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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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인이 되면 우리는 자기 자신을 돌볼 줄 알아야 한다. 내 욕구를 억누르면서 과도하게 희생을 하고 있다면, 이 행동 이면에 어떤 바람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건강한 성인은 스스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고 원하는 것을 채우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받고자 하는 마음이 적고, 상처을 덜 받으니 상대방에 대한 미움이나 원망도 덜하다.

     K에게 부모가 바뀌지 않더라도, 내 인생이 달라질 수 있고, 내가 바뀌어서 부모가 달라질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삶의 태도라고 말해 주었다. 부모를 한 사람으로 바라보고, 부모가 가진 한계를 인정한다면 부모를 통해 의존 욕구를 채우려는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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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미
    국제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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