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전자기기에 탑재되는 디스플레이의 종류가 날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삼성을 필두로 한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UHD 4K로 송출되는 초고화질 방송 시대를 맞이하여 AMOLED(흔히 아몰레드라고 부릅니다)의 후속이라고 할 수 있는 퀀텀닷 디스플레이를 QLED라는 이름 등으로 개발하고 있고, 과거 필자가 대학에서 디스플레이 공학을 전공하던 시절 불가능에 가깝다고 여겨왔던 AMOLED의 대형화가 이미 수준급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실제 우리 눈으로 실물을 보는듯한 색감을 티비에서 더 실물처럼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시대가 펼쳐졌습니다.
이렇게 2017년의 디스플레이는 ‘현실과 똑같은 시각의 경험’을 선사하는데 집중하여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지난 40년간 꾸준히 발전해온 디스플레이계의 ‘변종’이 하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전자종이. 개발사인 ‘E ink Corporation’의 이름을 따 E-ink라고 통칭되는 녀석입니다.

소니가 개발한 e-ink 태블릿 DPT-RP1
얼마 전 일본의 기업 소니에서는 DPT-RP1라는 아주 특별한(혹은 특이한) 태블릿을 공개했습니다. 13.3인치에 필기를 할 수 있는 펜이 달린 이 모델은 겉으로만 봐서는 요새 흔히 사용되는 태블릿PC와 크게 다른 점을 느낄 수 없죠. 하지만 화면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 제품에 대한 아무 정보가 없는 사람은 아마 이런 반응일 것 같네요.
“뭐야! 이거 흑백이야?”

마치 프린트된 종이를 태블릿 위에 붙여놓은 듯한 느낌. 아무리 들춰보려 해도 떨어지지 않는 종이가 태블릿에 표현되는 이 기기는 E-ink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물건입니다. 우리가 흔히 컴퓨터 모니터나 휴대폰에서 보는 화면과 달리 매우 느린 반응속도를 보이기 때문에 영상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고, 단순히 텍스트를 읽거나, 종이로 출력할 수 있는 PDF파일을 보는데 최적화 되었습니다. 용도를 굳이 설명하자면 정말 종이를 대체한다고 보는 것이 좋겠네요. 소니에서는 이 특별한 태블릿을 ‘디지털 페이퍼’라는 아주 잘 어울리는 이름을 달아 시장에 출시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도전정신이 있는 기업은 거의 소니가 유일하기 때문에, 그리고 수요가 크지 않을것이 분명하기에, 출시가는 8만엔(한화 80만원선) 수준으로 다소 비싸게 측정되었습니다.
전자종이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E-ink(전자잉크)를 전문지식으로 설명하기엔 너무 복잡하지요. 그래서 우리 독자들이 어떻게 이해하면 가장 쉬울까 고민하다가 이거다~! 싶은 것이 있어서 사진을 한 장 준비해봤습니다.

바로 자석칠판입니다. 아마 80년대 즈음부터 현재까지 아이를 키우셨거나, 혹은 저와 비슷한 시기에 유년시절을 보내신 분이라면 대부분이 알고 계실 장난감일겁니다.

이 자석칠판과 e-ink는 재미있게도 정말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지 자석칠판은 쇳가루와 자석을 이용해 쇳가루가 위로 올라오면서 활자를 표현하는 구조라면, e-ink는 전기자극을 이용해서 사람 머리카락지름 크기정도의 마이크로캡슐에 든 수백만 개의 흑백 입자를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활자를 표현하는 구조입니다. 단순히 올렸다 내렸다의 반복이고, 한 화면을 일회성으로 표현하기 때문에(전자칠판처럼 싹~ 지우고 다시 못살리는) 전력을 많이 소모하지 않고, 자연광이나 형광등에서 봤을 때는 정말 일반 종이에 글씨를 써놓은 듯 눈이 피로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왼쪽부터 아마존 킨들, 교보문고 샘, 알라딘-예스24-반디앤루니스 크레마크레타, 리디북스 리디페이퍼.
현재 리디북스와 크레마가 국내 전자책시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가 알고 있는 고서들이나, 하버드대학교 등의 도서관에 보관되어있던 문서가치가 높은 책들의 훼손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일반 열람자들을 위한 전자문서 데이터화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의 접근이 쉽지 않았던 책들이 데이터화 되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죠. 그리고 미국의 아마존을 필두로 대한민국의 교보문고, 알라딘, Yes24, 반디앤루니스부터 리디북스까지, 출판업계에서도 종이책과 더불어 전자책의 동시출판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무거운 책을 여러 권 들고 다니는 것 보다, 내가 보고자 하는 책을 스마트 기기를 통해 쉽고 빠르게 찾아 가볍게 들고 다니며 볼 수 있는 시대가 도래 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 리디북스페이퍼 사진입니다. 전자책이 돈이 아깝게 느껴졌던 시절도 있었는데 서재에 어느덧
책이 꽤 쌓였네요.
이러한 사회현상에 맞춰 e-ink 기술은 급속도로 대중화되고 발전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각 서점은 자신들의 브랜드가 박힌 전자책을 자체 생산하여 출시하고 있죠. 저도 리디북스에서 나온 전자책인 리디페이퍼라는 전자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 태블릿으로 보면 되지 무슨 전자책까지 구매하냐고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눈의 피로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일반 종이로 책을 보는 것과 동일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씀드리곤 합니다. 거기에 다양한 책을 보고 싶을 때 바로 꺼내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구매하고 싶은 베스트셀러가 있을 때 인터넷만 연결되면 일반 종이책의 60~70%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해서 볼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강점입니다.

모든 E-ink 디스플레이 전자책은 반사가 없는 종이느낌의 장점을 홍보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격대가 저렴한 편입니다. 보통 독서를 목적으로 태블릿을 구입한다고 하면 비용이 최소 10만원 중반대에 형성되어있는데요, 그에 반해 전자책은 7~8만원대, 그리고 중고로는 4~5만원대, 구형단말기는 2~3만원대로 구매할 수 있으니 독서를 많이 하시는 분들이라면 참 좋은 선택지가 됩니다. 이러한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이유도 e-ink라는 공정단가가 저렴하고 효율적인 기술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충전을 한번 하면 책을 보지 않는 대기시간을 고려했을 때 2개월, 그리고 책을 지속적으로 볼 경우에 1~2주 정도나 배터리가 지속됩니다. 정말 ‘종이’라는 이름을 달 수 있는 요소를 많이 갖추었다고 볼 수 있지요.
E-ink가 과거 전자책을 중심으로 발전했다면 현재는 다양한 분야에 사용될 수 있도록 개발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나온 소니의 디지털페이퍼도 수천장의 문서를 일일이 체크하면서 봐야 하는 연구자들이나 회사원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고, 나아가 자극적이고 눈을 금새 피로하게 하는 디스플레이를 피해야 하는 유년기의 아이들을 위한 칠판이나 노트 대용으로 확대 될 전망입니다.
앞으로 몇 십년정도 뒤에는 학생들이 제 학창시절처럼 책가방에 종이노트와 몇 권의 교과서를 들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전자종이로 된 태블릿 한 개만 들고 다니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늘 쓰면서 느끼지만 시대는 무서울정도로 빠르게 발전하네요.
다음시간에 뵙겠습니다. 따스한 봄날이 주는 나른한 행복을 담뿍 느낄 수 있는 여유로운 5월이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