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연 Quarterly Webzine 2016년 Autumn 제9호
  • GJCU 커버스토리
  • GJCU 알림
  • GJCU 동문단신
  • GJCU 칼럼
  • GJCU 가족마당
지난웹진보기
상단으로 이동
GJCU 가족마당
세계를 보다 일본편

 필자는 이번 추석명절에 생애 처음으로 여유와 설렘이 가득한 휴가를 즐길 수 있었다. 결혼 후 25년간 일 년 중 가장 바쁜 날들을 보내야했던 추석명절의 그 의무에서 잠시 벗어나 천년고도 교토를 여행하였기 때문이다. 천 년 간 일본의 수도였던 곳답게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인데도 절, 신사, 역사 유적지 중 아직도 새롭게 볼 곳들이 많았다. 미국은 2차 대전 말에 원자폭탄의 목표지역으로 교토를 고려했으나 루즈벨트와 당시 국방장관이 반대하여 유서 깊은 고대 도시로서의 문화재들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풍부한 옛 천황이 살았던 흔적들 덕에 1년 내내 외국 관광객들이 이곳을 방문할 뿐만 아니라 교복을 입은 일본 학생들도 자긍심 가득한 모습으로 자기 조상들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다.

 10년 전만해도 원화가 저렴하여 일본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많이 찾았으나 최근 엔저정책은 거꾸로 우리나라와 중국 사람들의 일본 방문을 부추기고 있다. 필자가 방문했던 동안도 추석 명절 덕분에 가까운 일본을 찾은 우리나라 여행객들이 많았다. 그 덕에 거창하게 25년이란 숫자까지 들먹일 정도로 들뜬 기분은 오사카의 한 유명 햄버거스테이크 집에서부터 엉망이 되어버렸다.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이 식당은 대기 줄이 길었다. 일본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어서 관광객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둘, 셋씩 와서 기다리다 들어가서 식사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들을 배려해서 얼른 나가주는 분위기였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나 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사람들이나 모두 즐겁게 소곤소곤 얘기하며 조용히 식사를 마치고 나가곤 했다. 필자 일행도 한 30여분 정도 기다려 드디어 음식을 받을 수 있었는데 조리법도 특이할 뿐만 아니라 그 맛이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감탄을 하며 흡입을 시작한 순간 큰소리의 한국여성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대여섯 명의 젊은 한국여성 일행이 식당 한가운데 앉아 있었다. 그들은 이미 식사를 마친 것 같아 보였다. 기다리는 줄은 필자가 서있을 때보다 더 길어져서 먼저 식사를 마친 사람들은 그 곳을 빨리 나와 주는 배려가 필요한 곳이었는데도 그들은 눌러앉아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경상도 말투였던 그 여성은 시종일관 뭔가 문제가 있었던 일을 얘기하느라 격앙된 상태였다. 모두가 조용한 곳에서 한국말로 큰소리로 얘기하는 손님들에게 종업원은 통역할 수 있는 사람까지 데리고 와서 몹시 난감한 표정으로 쩔쩔매면서 조용히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을 하고 갔는데도 이 일행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떠들어댔다. 필자를 위시해 주위에서 식사하던 현지인들도 다 한 번 씩 그 일행을 쳐다보며 눈살을 찌푸리는데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자신들의 수다를 이어갔다.

 필자가 묵은 호텔은 조식 뷔페에 공을 많이 들인 곳이었다. 식당도 제법 크며 음식의 종류도 족히 50여 가지는 되었다. 역시 현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어서 엘리베이터든 그 안에 있는 대중목욕탕이든 어딜 가나 조용한 곳이다. 더구나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일찍 준비하고 식사를 하는 곳이기 때문에 모두 떠들 이유가 없는 곳이다. 그런데 아뿔싸! 이튿날도 여기에서 또 큰소리로 얘기하는 한국인 가족을 만나다니!! 중학생정도로 보이는 두 남자애들을 데리고 여행 온 이 부모들은 마치 자기 가족만 있는 장소에서처럼 아주 당당하고 큰소리로 일본과 우리나라간의 역사적인 관계에 대해 아이들에게 얘기하고 있었다. 역시 종업원이 몸 둘 바를 몰라 하며 계속 그 가족을 힐끔거리고 있었는데도 그들은 너무도 무신경하게 필자가 식사를 마칠 때까지도 계속 그러고 있었다. 조용히 음식 맛을 음미하며 머물러야 할 곳에서 큰 목소리의 계속된 소음은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우리는 더러 한국에 여행 온 외국인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모습을 보고, 흉을 보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러나 우리도 다를 바가 없었다. 공공장소에서 남을 의식하지 않고 큰소리로 얘기하고 통화하는 모습은 누구도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도 같은 상황이 되면 똑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 참 많다 대중목욕탕, 대중교통 등 대중이란 말이 들어간 곳에서 조차 대중은 아랑곳하지 않고 큰소리로 얘기하는 이런 현재의 문화를 노력해서 바꿔야 한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우리들은 적어도 지금의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도 말고 제대로 배려의 문화를 길러주면 좋겠다. 영어단어 하나 더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지 않나. 교토의 천년 문화재나 그 어떤 훌륭한 음식보다도 일본인들의 남을 배려하는 높은 시민의식수준이 훨씬 더 부러워 죽을 뻔한 여행이었다.

연재목록보기
글 : 백미화
영어지도학과 객원교수
Copyright ©2014 BY GUKJE CYBER UNIVERSITY All right reserved. 본 페이지는 (주)다음커뮤니케이션즈에서 제공하는 '다음체'를 사용하여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