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연 Quarterly Webzine 2016년 Summer 제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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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내게도 쉼이 필요해

 이튿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무의식적으로 커튼 사이의 햇살을 확인했다. 여행지에서 눈을 뜨자마자 드디어 구원을 받은 것 같은 황홀함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빛이 새어나오는 커튼을 걷어재꼈다.

 오늘의 날씨는 맑다!

 여행 첫날의 쌓였던 피로가 확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홍콩까지 와서 날씨 걱정에 늦게까지 잠들지도 못했던 불쌍한 나를 위로해주듯, 햇살은 어제 내려 고인 빗방울 하나하나에 반사되어 더욱 유난히 밝게 빛나고 있었다. 이제 날씨 걱정은 끝이다!

 우리가 한국에서 열심히 준비한 홍콩에서의 여행은 (욕심이 과해서)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소화할 수 있는 일정이었기에, 아침부터 분주하게 준비하고 숙소를 나섰다. 그리고는 5분도 되지 않아 다시 숙소로 들어왔다.

홍콩의 1월 날씨를 알려주는 검색 결과.
비도 안 오고 일교차도 작다는데 제 여행은 왜 그랬던 것일까요?

 홍콩의 날씨는 우리나라에 비해 매우 따뜻한 편이다. 1월의 평균기온이 최고기온 섭씨 18.6도정도이니 영하 10도 이상으로 떨어지는 우리나라에 비해 매우 쾌적한 온도에서 관광을 즐길 수 있다.
라고 블로그를 통해 확인했건만, 이번엔 추위가 엄습해오다니... 입구를 나설 때 불던 칼바람에 뺨을 맞고 후다닥 방으로 올라와 가지고 온 옷을 최대한 껴입었다. 햇빛이 쨍하다는 것만 보고 즐거운 마음으로 나섰는데, 홍콩의 날씨는 ‘오늘따라’ 매섭게 추웠다. (이날부터 2월까지 홍콩에서는 유래 없는 이상기후로 기록되었다고 한다.)

 둘째 날의 일정은 오전에는 마카오 시내를 여행하고, 오후에는 구룡반도에서 빅토리아하버의 야경을 보는 것이었다.

 마카오로 이동하는 페리를 타러 이동하던 중 발견한 트램. 유럽에는 트램이 대중교통수단으로서 매우 보편화되어있지만 동양에서 트램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우리나라와 여러모로 흡사한 홍콩의 시내에서 아주 이국적인 장면이었다.

 홍콩의 고층 건물 사이를 천천히 이동하는 트램이 동양에 있는 것은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전까지 영국의 식민지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홍콩 현지인들의 저렴한 교통수단으로 사랑받고 있는 트램은 유럽국가들과는 달리 여행객들이 즐겨 쓰는 교통수단은 아니다.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 하지만 이국적인 모습 때문에 이곳저곳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 여행객은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홍콩의 트램 사진. 느려서 사진찍기가 수월하다.

홍콩의 선착장에 정박해있는 페리.
보통 저 모양의 빨간색 페리를 타고 마카오까지 이동한다.

 우리는 페리를 타고 홍콩에서 마카오까지 이동했다. 마카오는 홍콩을 찾는 관광객들이 꼭 한번씩 들러보는 관광 명소이다 보니 교통수단이 매우 발달되어있다. 페리가 거의 하루 종일 운행되는데 비용도 164홍콩달러(원화 23000원)로 세계적인 관광지 치고는 저렴한 편이고 45분정도를 타고 가면 마카오 페리터미널에 도착하게 된다.

 마카오는 볼 것이 많기 때문에 나의 기준에서 꽤 많은 시간을 고스란히 마카오에 쏟아 부었다. 일정을 대략 요약해보면 ‘세나도 광장 → 성 도미니크 성당 → 성 바울 성당 → 몬테 요새→ 스타의 거리와 심포니 오브 라이트’로 이어지는 코스였다.

 ‘동양의 라스베이거스’, ‘아시아의 작은 유럽’ 각국에서 마카오를 부르는 수식어는 매우 다양하다. 홍콩 시내보다도 한층 더 화려한 네온사인과 곳곳에서 열리는 기상천외한 쇼.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아 동서양의 문물이 한 대 어우러져 있으며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곳이 무려 30여 곳에 이르는 마카오. 사실 작은 섬이지만 워낙 유명한 관광명소가 많아 반나절 만에 둘러보기가 매우 어려운 곳이다.

 하지만 여행을 가면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와야 직성이 풀리는 내가 무리인줄 알면서도 계획한 일정. 같이 간 일행에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욕심이 많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에 무리라는 걸 알면서도 30분 단위로 일정을 짰다.

 위 사진은 성 도미니크 성당과 세나도 광장에서 촬영했다. 세나도 광장의 물결무늬는 석회석을 조그맣게 잘라 동물이나 기하학적인 문양을 새겨 넣은 포르투갈 식 ‘깔사다’ 기법을 사용한 것으로 매우 아름답고 정교한 것으로 유명하다.

 마카오의 여행은 세나도 광장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 도미니크 성당에서 몬테 요새까지 많은 여행객들이 30여 가지가 넘는 세계문화유산을 둘러보는 여행의 시작점이 바로 세나도 광장이다.

 세나도 광장은 1918년 포르투갈 사람들이 식민 지배를 끝내고 마카오를 중국으로 반환할 때 자국에서 가져온 돌을 깔아 만들었다. 앞서 말했던 ‘깔사다’ 방식으로 증축한 물결무늬의 모자이크 노면이 매우 독특하다. 또한 광장 거리에 분수를 중심으로 파스텔톤의 유럽풍 건문들이 광장을 둘러싸고 있어 중국속의 작은 유럽이라 불리며, 거리의 사람들은 유럽의 향취가 짙게 배인 광장에서 이색적인 낭만을 즐기고 있었다.

 통상적으로 나를 포함한 마카오를 방문하는 대다수의 관광객들이 세나도 광장에서 여행을 시작하는 것 같았다. 광장에는 엄청난 인파가 있었고, 자연스레 그들의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니 도미니크 성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성 도미니크 성당은 도미니크수도회가 세운 17세기 바로크양식의 건축물로, 1997년에 새롭게 복구하여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주말에는 실내악연주회를 개최한다고 하였는데 내가 방문한 날이 토요일이라 운 좋게 실내악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성 도미니크성당 내부. 실내악 연주를 들으며 잠시 몸을 녹였다.
마카오도 춥기는 마찬가지!

마카오 외곽에 위치한 육포거리

 성 도미니크 성당과 세나도 광장 쪽을 벗어나면 유럽풍 건물들은 사라지고 붉은색 간판으로 도배가 된 중국식 거리가 이어진다. 홍등가였던 오래된 골목이 새로 단장되어 식당가가 되었다고 한다. 이 거리에서는 마카오의 특산물이라고 불리는 육포와 아몬드쿠키가 매우 유명하다. 거리에 들어서자마자 열띤 호객행위 속에 시식을 마음껏 할 수 있었다. 골목을 벗어날 쯤에는 육포로 배가 불러 있는 날 발견할 수 있었다.

(많은 여행을 해보진 않았지만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것은 참 칭찬해 줄 만 하다. 블로그에서 이 육포거리의 비위생적인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는 후기를 많이 봤는데, 솔직히 비위생적으로 보이긴 했지만 다 사람 사는 곳에 먹는 것! 육포는 정말 맛있었다. 아몬드 쿠키는 어찌나 고소하던지.)

 육포거리를 지나 좁은 골목길을 벗어나면 여행 전에 마카오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여행명소! 성 바울 성당이 나타난다. 나에게 있어서 마카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이 성 바울 성당이다. 정확히는 성 바울 성당 유적지이다.

 실제로 방문 한 성 바울 성당은 내 예상과는 달리 매우 앙상했다. 계단위에 쓰러질 듯 보이는 벽이 하나 서 있는 게 전부였고, 뒤쪽에서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받쳐져 있었다. 또 계단을 빼곡하게 채울 만큼의 관광객이 있었다. 이렇게 유실 된 문화유산을 실제로 보니 무언가 장대한 역사마저 점차 사라져 버릴 것 같은 기분에 마음이 울적해졌다.

 성 바울 성당은 1594년에 설립되어 1762년에 문을 닫은 아시아 최초의 유럽스타일 대학인 성 바울 대학의 일부였다. 성 바울 성당이 지어진 때는 1580년. 1595년과 1601년에 순차적으로 훼손되었고 1835년에 대화재로 대학과 성당은 정문과 정면계단, 건물의 앙상한 뼈대만 남긴 채 모두 불에 타버리고 만다.
그러나 성당의 잔해는 건축물 자체에 담긴 종교적인 의미와 더불어 언덕 구조의 지형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마카오를 대표하는 상징이 된다.

건물 벽 뒤를 받친 지지대의 모습마저 위태위태하다.

 성 바울 성당에서 몬테 요새로 가는 길은 여행객이 확 줄어들었다. 아무래도 여기서부터 관광지로 가는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뉜 것이 한 몫을 하는 듯 했다. 덕분에 편하고 한적하게 주변을 둘러보며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사실 몬테 요새는 마카오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는 아니다. 그 때문에 거창하게 꾸며져 있거나 볼 것이 많지는 않지만 과거 마카오의 방어를 위한 중심부였고 또 고지대에서 마카오를 한눈에 둘러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방문해보기로 했다.

 몬테 요새 정상에서는 구시가지 부터 신시가지 그리고 마카오의 랜드마크인 그랜드 리스보아 호텔(연꽃무늬 건물 카지노 호텔)까지 모두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몬테 요새를 대표하는 대포사진.
이 대표가 유명한 이유는 그랜드 리스보아 호텔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몬테 요새 아래에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보이는 허름한 동네가 숨어 있었다. 화려함과 함께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며 독특한 분위기와 역사적인 건축물들은 매우 매력적이었다.

 이날 여행 중반부터는 의도치 않게 단체관광객 사이에 껴서 여기저기 휩쓸려 다니게 되었다. 아무래도 덕분에 가장 유명한 곳만 단체관광객과 더불어 돌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방문하고 싶었던 유명한 음식점은 1시간 이상 대기해야 한다는 말에 포기를 했었고, 날씨는 또 왜 그리 추운지 바들바들 떨며 장갑과 모자를 구입해 착용하고 다녀야 했다. 고생을 잔뜩 했던 하루였지만 어제의 그 퍼붓는 비를 생각하면 이마저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여행은 때론 내 상상과는 달리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그렇게 수많은 계획을 세웠음에도 결국 추운 날씨에 몸을 녹이기 위해 방문한 한 커피숍에서, 각국의 수많은 관광객들을 바라보며 가장 재미있는 것이 사람구경이라고 일행과 떠들었던 기억들이 즐거웠던 기억에 뇌리 깊게 남아있다. 그리고 그 추위가 바쁜 일정을 뒤로하고 여행 속 쉼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선사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마 추위가 없었다면 강행군 일정을 소화하느라 숙소에서 몸살이 났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분주하게 움직이다 결국 병이 나버리는 내 성격을 하늘도 아는지, 남들은 겨울에 가는 홍콩과 마카오의 여행은 따뜻하고 쾌적한 여행이라고들 하는데, 나는 춥고 비오고 흐린 나날의 반복이었다. 그 덕에 이번 홍콩의 여행은 그동안의 여행과 다른 느낌의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말 그대로 쉼을 얻어간 여행.

 그렇게 여유로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날이 지고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다는 마카오와 홍콩의 야경이 우리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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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수현
입학홍보팀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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